나는 어느 회사를 소개할때, '제 2의 누구' 등과 같은 표현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진부한 표현이기도 하고, 다른 기업의 이름을 이용하여 특정 회사를 소개하게 되면, 그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곤한다. 하지만, 오늘 쇼피파이(Shopify)를 소개하며 '아마존 저격수'라는 표현을 써보려 한다. 딱히 다른 표현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아마존(Amazon)이 완전히 지배하던 전자상거래/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 새로운 변화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쇼피파이다. 아마존과 쇼피파이, 두 회사는 분명히 다른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쇼피파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쇼피파이는 어떤 회사인가?
쇼피파이는 2006년 설립된 회사로 캐나다 오타와에 본사를 두고있다. 독일 출신 프로그래머 토비아스 뤼트케(Tobias Lutke)가 다니엘 바이난드(Daniel Weinand), 스콧 레이크(Scott Lake)가 함께 2004년에 온라인으로 스노우보드 장비를 파는 회사를 설립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과 같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재고관리부터 결제, 배송시스템을 직접 처리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나 여건이 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도와주는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비싸기만 할 뿐, 서비스의 질은 형편없었다. 이들은 고민 끝에 영세한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이 개발자를 고용하지 않아도 손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쇼피파이가 됐다.
쇼피파이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판매는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이다. 하지만 초보 창업자들도 쉽게 관리 할 수 있도록 이미 정형화되어있는 템플릿을 선택하고 상품을 등록만 하면 되는 간편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쇼피파이는 홈페이지 개설, 관리부터 결재, 보안, 세금 계산, 물류, 배송 등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하나의 서비스로서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들도 오로지 상품 자체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
쇼피파이는 이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매달 구독료를 받는다. 구독료도 저렴한 편이다. 기본 요금제인 Basic Shopify는 월 $29 (약 3만2천원)이고, 사업의 규모에 따라 월 $79 (약 9만원), 월 $299 (약 35만원)를 받는다. 요금제가 올라갈수록 잠재고객 분석 등의 다채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과 쇼피파이의 차이점
쇼피파이는 아마존의 대항마로 불리지만, 두 기업은 전혀 다른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대부분 직접 상품을 매입하고 빠른 배송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지만, 쇼피파이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아마존과 쇼피파이를 오프라인 판매로 비교하자면, 아마존은 거대한 쇼핑몰과 같다. 아마존은 Amazon.com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플랫폼에 다양한 판매자를 모아두고 고객을 불러모은다. 쇼피파이는 골목 상점들과 같다. 쇼피파이는 각 브랜드마다 특색과 정체성에 맞게 각각의 웹사이트를 개설해주고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그만큼 플랫폼 내에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거대한 플랫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기에 상대적으로 홍보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쇼피파이는 단골 고객과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데 유리하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노출시키기 위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쇼피파이는 코로나19 수혜를 본 기업 중 하나다. 2020년 5월 6일에는 처음으로 캐나다 로얄뱅크(Royal Bank of Canada)를 밀어내며 캐나다 기업 중 시가총액 1위 등극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주가는 3배 이상 상승하며 현재 시가총액은 $180B (약 200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쇼피파이는 175개국에 진출해있는 상태고, 쇼피파이 플랫폼을 통해서 의류, 책, 잡화, 화장품, 음료, 옷, 신발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130만명에 이른다. 특히 미국의 유명인들도 쇼피파이의 플랫폼을 이용해 그들의 상품을 판매한다. 유명 래퍼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드레이크(Drake)가 대표적이다. 특히 카일리 제너(Kylie Jenner)의 화장품 브랜드인 '카일리 코스메틱 (Kylie Cosmetics)' 역시 쇼피파이의 작품이다. 카일리 코스메틱은 2018년 $360M (약 4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쇼피파이가 '아마존의 저격수' 또는 '아마존의 대항마'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거대기업들과 연이어 맺고있는 파트너십 때문이다. 쇼피파이는 개인 사업자와 소상공인 뿐만아니라, 이미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있는 회사들의 '이커머스화(化)'를 돕고있다. 이는 아마존의 본진인 이커머스 사업부분의 잠재적인 위협 요소다. 최근 쇼피파이가 맺은 주목할만한 파트너십을 알아보자.
쇼피파이의 파트너십
1. 월마트(Walmart)
2020년 6월, 쇼피파이는 월마트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한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쇼피파이 플랫폼의 판매자들은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인 Walmart.com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됐다. 쇼피파이를 이용하는 1,200개 이상의 미국 판매업체들은 매월 이용자가 1억명 이상인 월마트의 플랫폼에 올라타면서 더 많은 잠재고객을 확보했다. 월마트 역시 판매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이는 월마트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제휴하여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의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는 최초의 사례다.
2. 페이스북 (Facebook) & 인스타그램 (Instagram)
작년 페이스북은 쇼피파이와의 협업으로, 온라인 매장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전자상거래 기능인 'Shops'를 출시했다. 페이스북이 보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세계적인 플랫폼이다. 각각 23억명과 10억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자랑한다. 이제 'Shops'를 이용해서 소상공인들과 개인사업자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팔 수 있게 되었다. 페이스북이 이커머스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아닌만큼, 쇼피파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은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쇼피파이의 페이먼트 서비스인 Shop Pay로 결재를 할 수 있게 하면서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더 견고해졌다. 이는 쇼피파이 플랫폼 외에서 처음으로 Shop Pay가 하나의 지불 수단으로써 사용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때, Shop Pay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지불 방식보다 70% 정도 더 빠르게 결재를 완료할 수 있다고 한다. Shop Pay는 고객의 청구 및 배송 정보를 저장해뒀다가 고객이 구매를 할 때 세부 정보를 미리 채우는 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간단한 클릭만으로도 결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3. 핀터레스트 (Pinterest)
쇼피파이는 역시 작년에 핀터레스트와의 협업을 발표한다. 핀터레스트는 3억 5천만명에 달하는 고속 성장 중인 SNS 플랫폼이다. 핀터레스트의 사용자들은 그 어떤 다른 SNS 플랫폼보다 온라인 쇼핑에 특화되어 있다. 핀터레스트에 대해서는 이전 블로그에서 자세히 설명한바 있다. 더이상 핀터레스트가 물건 판매와 홍보를 위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핀터레스트의 사용자들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거나 소상공인들의 제품을 구매하는데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쇼피파이는 핀터레스트의 유저들이 클릭 한번만으로 쉽게 판매처와 연결되도록 돕는다. 판매자들은 더 많은 소비자에게 도달하고,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찾고 싶은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되었다. 핀터레스트는 쇼피파이와의 협업을 통해 소셜커머스 (Social Commerce, SNS + e-commerce)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
4. 틱톡 (TikTok)
쇼피파이는 전세계 앱 분야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틱톡과도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틱톡은 중국의 바이트댄스(ByteDance)를 모회사로 두고있는 SNS 플랫폼으로 15초 내외의 동영상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틱톡 역시 쇼피파이와 제휴를 발표하며 소셜 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궜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쇼피파이의 판매자들은 틱톡의 젊은 잠재 고객에게 더 쉽게 도달하고 판매를 증진시킬 수 있게됐다. 이 파트너십은 앞으로 틱톡 앱 내의 다른 쇼핑 기능 역시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쇼피파이는 단순히 소상공인들과 개인사업자들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작년 다양한 회사들과의 협업을 발표하며 그들의 야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쇼피파이가 월마트,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틱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들의 이커머스화(化)를 돕는것은 아마존에게는 분명한 눈엣가시다. 이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핵심축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쇼피파이지만, 앞으로 5년, 10년 뒤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있을지, 전자상거래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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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st CH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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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Image sources): Google Images
역시 케빈님^^
오랫만에 방문해도 케빈님은 항상 그대로신거 같습니다
오늘은 소피파이에 대해서 재밌게 알아 가네요
자주자주 기업 공부하러 들르겠습니다
많이 웃는 하루 보내세요~~^^
사업적 네트워크가 대단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 정신이 무척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존은 너무 소비자에게만 우호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소피파이는 판매자들 또한 생산된 물품이 잘 팔릴 수 있게 돕는다고 하니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가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 있을까요? 단순히 기업의 실적을 넘어 건전하고 가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소피파이가 계속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케빈님 분석글 덕분에 많이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업에 대해 캐나다에 사는 저보다도 더 잘 아시네요. 덕분에 다양한 기업들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또 투자도 합니다. 저보다 어려도 본받을게 많은 정말 멋진 청년이십니다.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올때마다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캐빈님의 글을 읽다보니 쇼피파이 주식투자 관점으로도 좋지만, 글로벌 온라인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아시아 시장쪽에서도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관심있게 지켜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