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기차 (EV - Electric Vehicles)는 가장 핫한 키워드였다. 테슬라(TSLA)는 물론이고 중국의 니오(NIO), 샤오펑(XPEV) 또한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포드(F), 제너럴 모터스(GM) 등 다른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겠다고 하는 뉴스만 나와도 주가는 들썩거렸고, 수많은 새로운 전기차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에만 모든 이목이 쏠렸을때, 내 관심은 전기차 충전 업체들에 향했다.
투자 가설: 전기차 충전소 없이는 전기차도 없다.
내 논리는 간단하다. 충전이 되지 않은 차는 그저 바퀴 4개 달린 금속상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 타고다니는 대부분의 차, 화석연료로 가는 차들은 주유소에서 충전한다. 그렇기에 전세계에 수천만개가 넘는 주유소 네트워크가 있는 것이다. 나는 화석연료 차들이 전기차로 대체됨에 따라서 주유소를 대표하는 회사 Chevron (CVX), Exxon Mobil (XOM), Royal Dutch Shell (RDS.A) 들도 전기차 충전소 업체들로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2%만을 차지할 뿐이지만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앞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해 2030년에는 세계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지 않을까? 내가 위에 언급한 석유 회사들은 전부 시가총액이 100조원이 넘어가는 거대 기업들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질수록 전기차 충전소 기업들의 가치 또한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충전소 시장에 투자하면 좋은 점 또 하나는, 전기차 전쟁에서 누가 이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테슬라,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 폴스타(Polestar), 니오 등 전기차 시장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체적인 판이 커질때, 개별 기업보다는 판에 투자하는 방법. 전기차 충전소가 그 답이 될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투자가 가능한 전기차 충전소 업체들은 총 4개가 있다. 그동안 내가 공부한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블링크 차징, Blink Charging (BLNK)
첫번째 기업은 블링크 차징(Blink Charging)이다. 블링크 차징은 1998년도에 설립된 회사로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전기차 기업들과 전기차 충전소 기업들은 작년과 올해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했지만, 블링크 차징은 다르다. 블링크 차징은 2018년 2월 14일부터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던 주식이다. 물론 2020년 말까지는 수년간 횡보해오다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작년 말부터 폭발적인 상승폭을 보였지만 말이다.
블링크 차징은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전기차 충전소 업체이고, 이미 미국, 유럽과 중동 지역에 23,000개가 넘는 전기차 충전소를 보유 중이다. 블링크 차징은 최근 맥도날드와 홀푸드(Whole Foods)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전기차 충전소 확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현재 블링크 차징의 시가총액은 약 2조원 가량이다. 현재 주요소 업계가 그런것처럼 전기차 충전소 시장도 승자가 독식하는 시장은 아니지만, 현재 구축중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는 블링크 차징이다.
2. 차지 포인트 - ChargePoint (SBE)
두번째 소개할 기업은 차지 포인트(ChargePoint)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차지 포인트는 2007년에 설립됐다. 미국에서 가장 큰 전기차 충전소 업체로 이미 10만개가 넘는 전기차 충전소를 보유중이고, 북미의 시장점유율 73%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업계 2위보다 무려 7배나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높은 시장점유율은 네트워크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강력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차지 포인트는 미국의 페이스북, 넷플릭스, 세일즈포스,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계약을 맺으며 그들의 회사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했다. 이런 차지 포인트의 영향력은 단지 IT기업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하버드, 스탠포드 등의 많은 학교들과 디즈니의 테마파크 등 사람들이 주차를 많이 해야하는 곳에서는 이미 차지 포인트가 자리를 선점했다. 차지 포인트는 BMW와도 협업하며 BMW의 내장 네비게이션에 차지 포인트의 전기차 충전소를 쉽게 찾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지 포인트는 Switchback Energy Acquisition와 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상장을 발표했다. 여느 SPAC 회사를 통한 기업공개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티커는 SBE지만 합병 절차가 완료되고나면 티커는 CHPH로 바뀔 예정이다. 합병은 2021년 1분기 안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3. EVBox (TPGY)
세번째로 소개할 회사는 이비박스(EVBox)다. 편의상 영어로 쓰겠다. EVBox는 2010년 설립됐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블링크 차징과 차지 포인트와는 다르게 북미 지역이 아닌 유럽 시장의 업계리더로 꼽힌다. EVBox는 현재까지 19만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소를 유럽 전역에 설치했다. 스페인 (3만개 이상), 독일 (4만개 이상), 영국 (7천개 이상) 등을 포함한다. EVBox는 유럽에서 25%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소 시장의 리더로 군림하는 것은 굉장한 이점 중 하나다.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유럽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시장침투율이 5%가 채 안되지만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무려 50%가 넘는다. 전세계에서 전기차 시장침투율이 높은 나라 10개중 9개가 유럽 국가다. EVBox가 갖고있는 이점은 유럽의 전기차 시장침투율 뿐만이 아니다. 유럽은 전세계의 다른 어느지역보다 친환경 에너지 소비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규제가 강하고,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높다. EVBox는 미국에도 지사를 세우며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현재 EVBox는 TPG Pace Beneficial Finance와 SPAC 합병을 통한 기업공개를 확정한 상태다. 현재의 티커는 TPGY 이지만,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티커는 변경될 예정이다.
4. EVgo (CLII)
마지막으로 소개할 회사는 이비고(EVgo)다. 편의상 영어로 EVgo라고 하겠다. EVgo는 2010년에 설립된 회사이고, 미국 엘에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EVgo는 800여개의 충전소를 미국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EVgo의 차별점은 고속 충전기기 (DC fast charging stations)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최근 제너럴 모터스(GM)와 협업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3배 이상 늘리기로 협의했다. EVgo는 소개한 기업들 중 가장 규모가 작지만, 투자에서 높은 위험부담과 높은 수익률 (higher risk, higher reward)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볼만한 기업이다.
EVgo는 Climate Change Crisis Real Impact I Acquisition와 SPAC을 통한 기업공개를 확정했다. 합병 절차는 2021년 2분기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티커는 CLII이지만 나중에 변경될 예정이다.
다양한 신(新)에너지 분야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이렇게 전기차 충전소 4가지 업체를 정리해봤다. 나는 신재생 에너지 뿐만아니라 에너지 저장장치에도 관심이 많다. 그렇기에 전기차의 인프라가 될 전기차 충전소 시장 역시 주의 깊게 지켜봐왔고 내가 공부한 자료들을 공유하려한다. 전기차 충전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고 있다.
처음 자동차가 보급되던 시대에서는 누가 가장 부자였을까? '자동차의 왕'으로 불렸던 헨리 포드(Henry Ford)가 아니다. 바로 '석유왕'이라고 불렸던 존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였다. 이런 점이 내가 전기차 업체들에 몰빵하지 않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들에 투자하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 충전소 시장 역시 구(舊)에너지 경제에서 신(新)에너지 경제로 넘어가는 거대한 전환기를 대표하는 산업이 되지 않을까? 내 투자 가설이 맞을지 틀릴지는 시간이 답을 알려줄 것이다.
By Best CH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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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투님 댓글에서 자주 보고 케빈님 인사이트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말씀해주신 충전소관련 대부분 스팩상태인 주식들인데, 회사의 성장성을 믿는다면 스팩시에 진입하여 보유하는 것과, 상장이후에 관망후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팩주투자를 해보진 않았구요 가격의 문제겠지만 기업이 마음에든다면 처음에 사는 건 어떨까 해서요.
조금 수준낮은 질문일수 있지만 고견 부탁드립니다.
또한 Nuuve(티커NBAC)라는 기업은 V2G라는 개념을 지닌 결이 조금 다른 충전소기업같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찾아본 자료로는 EVgo는 고속충전 방식, 나머지는 기술적인 차이점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더라구요. 아직 산업 성장의 초기단계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두드러지는 차이는 없는것 같습니다. 나중에 찾게되면 업데이트 해드리겠습니다! 진입장벽 자체가 아예 낮을것같지는 않네요. 인프라 라는게 초기 비용도 많이들어가고 네트워크효과로 인해서 시장에 먼저들어온 기업이 이점을 가져간다고 생각합니다. 남겨주신 댓글들 모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케빈님, 돈투 채널에서 뵙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좋은 분석글 나누어 주시것 감사드립니다. 전기차충전소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에 대하여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동 사업이 어느정도 진입장벽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으면 과당 출혈 경쟁의 우려는 없을지 궁금해서요?
궁금한게 있어요~ 웬지 충전기술은 업체간 기술적 차이점을 없을거라 보는데 맞나요? 충전소 사업모델은 빠른 시간내에 많이 설치하고 사용자에게 혜택(충전 금액할인 등)을 제공해서 락인하는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맞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글 감사합니다. 프로테라는 제가 ACTC 스팩 확정나고 며칠안에 투자했습니다! 제가 오래 지켜본 기업이거든요 ㅎㅎ 적어주신 글에 저도 동의합니다!